투자금 회수하려 사채업자와 손잡은 미래에셋PE…현직 구청장도 연루

입력 2019-07-15 12:00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주식을 넘긴 혐의로 미래에셋PE 전직 대표 현직 상무, 사채업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직 구청장도 사채업자와 연루돼 ‘얼굴마담’을 하며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정상적인 경영권 양도인 것처럼 허위 공시를 해 일반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은 1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미래에셋PE 유모 전 대표와 같은 회사 상무 유모씨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C사 등 사건에 연루된 법인 두 곳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C사 부사장이었던 사채업자 등 2명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구속 기소했다.

유 전 대표 등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미래에셋PE가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던 코스닥 상장 게임회사 Y사의 지분 856만주를 냉장고판매업체 C사를 통해 사채업자들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C사가 마치 자기자금으로 Y사의 경영권을 정상적으로 양수하는 것처럼 공시를 했으나 사기에 불과했다. 유 전 대표는 부도가 임박한 Y사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사채업자들에게 주식을 팔아치운 뒤 이들에게 법인통장을 넘겨줬다. 사채업자들은 그 통장에서 유상증자금 85억원 등 회사자금 154억원을 빼내 자금 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현직 서울시 구청장도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 지난해 1월 C사가 주식을 매수할 때 언론 등에서는 자본금 11억원에 불과한 C사의 매수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때 이 회사의 대표로 등재돼 있던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나섰다. 그는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C사가 자금력이 풍부해 Y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언급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얼굴마담’ 행세를 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범행에 연루된 사채업자와 친족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미 투자자들은 피해를 봤다. 사채업자들은 확보한 주식 856만주를 시장에 풀었고 Y사 주식은 폭락했다. 2017년 12월 기준 1주당 5000원이었던 주가가 1년 만에 800원이 된 것이다. 검찰은 “자산운용사 및 정치인이 관여된 정상적인 M&A로 믿고 Y사의 주식을 매수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산운용사 투자실패로 인한 손실이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