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에서의 비위행위로 기소됐다는 이유 때문에 현재 직장에서도 무급휴직을 당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제약회사 간부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무급휴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02년 한 제약회사에 입사한 뒤 2015년 다른 제약회사인 B사로 이직했다. 하지만 전에 다녔던 회사법인과 임직원들이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당시 관련 부서장이었다는 이유로 2016년 8월 기소돼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B사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뒤 A씨에게 “회사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월급은 받으면서 회사에 나오지 말고 업무도 하지 말라”고 구두 지시했다. 1년 뒤에는 A씨에게 경영상 어려움 등 사유로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A씨가 회사 측 권고를 계속 받아들이지 않자 B사는 결국 2017년 11월부터 1심 판결 때까지 무급휴직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B사 대표이사는 A씨에게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복직시키지 않겠다. 회사랑 싸우다가 이겼다고 해도 누가 반겨주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무급 휴직 처분은 인사권 범위 내 정당한 명령”이라며 다시 기각 결정이 나왔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휴직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휴직 처분을 내릴 때는 상당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할 수 없거나 근로 제공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A씨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불구속 상태인 만큼 “근로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기소된 것은 현 회사가 아니라 전 직장에서의 일 때문으로, 현재 회사에서는 불법 리베이트로 문제될 만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기소되면서 고객 신뢰 관계나 리더십이 훼손되는 등 정상적 업무 수행이 힘든 상태라는 B사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고객들이 A씨 기소로 B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증거가 없고 함께 근무한 직원들도 리더십에 별 영향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