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날인이 없는 압수수색 영장으로 수집한 증거물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증거능력이 배척되진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모(5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에서는 판사의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압수수색 영장이 효력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 영장을 집행해 압수한 증거물이 증거능력을 갖는지도 쟁점이었다. 강씨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뒤 “압수수색 영장에 법관의 날인이 찍혀 있지 않았다”며 해당 영장으로 수집된 증거물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절차상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까지 공소사실과 관련이 높은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의 절차상 결함은 강씨의 기본적 인권 보장 등 법익 침해와 관련성이 적다”며 “이 영장에 따라 수집한 증거 및 2차적 증거까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변속기 검사장비 제작업체 A사에서 기술영업이사로 근무했던 강씨는 2013년 A사의 자료들을 경쟁업체인 B사에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강씨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법관의 날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법관의 서명 바로 옆에 날인이 누락돼 있기는 하나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발부된 것”이라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