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시험지와 답안지를 쌍둥이 딸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가 2심에서 두 딸이 수년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문자메시지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답을 미리 알고 있는 학생들이 나눈 대화로 추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현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쌍둥이 딸들은 지난해 하반기 자신들이 부정하게 내신 성적을 올렸다는 소문이 돌자 서로의 휴대전화로 ‘우리 반에서는 그런 얘기가 없는데 문과반에 가서 군기 한 번 잡아야겠네’라는 취지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시험부정을 저지른 이들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장난기 가득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또 작은딸은 쌍둥이 언니에게 “나는 하버드대 갈 사람인데 무슨 못난 소리냐”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신 시험 정답이 정정되자 서로 흥분하며 주고받은 문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씨 측 변호인은 “휴대전화에는 소유자의 생활이 모두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며 “수년 치 문자메시지를 분석했지만, 정답을 미리 받아 모의했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 선고가 있기 직전에야 검찰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며 “2심 재판에서는 해당 증거를 강조해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현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현씨가 쌍둥이 딸들과 공모해 시험 전 여러 번에 걸쳐 과목별 답안을 딸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유출한 사실, 딸들이 그 유출 답안을 암기한 다음 기억나는 한도에서 이를 활용해 시험에 응시한 것이라는 사실 전부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시험 기간 현씨의 수상한 야근 행적이나 시험지와 메모장의 ‘깨알 정답’, 두 딸이 문제 오류 정정 전 정답을 그대로 쓴 점 등 여러 정황에 대해 현씨 측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성적과 비교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