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인종차별적 발언을 트윗으로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민자 출신이거나 이민자 조상을 둔 진보 진영 여성 하원의원들을 겨냥해 “출신지로 되돌아가라”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인물을 거론하지 않은 채 진보적인 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완전히 재앙적인 정부가 들어서 있는 나라에서 온 이들”이라고 지칭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한 사람들에 진보 성향이 강한 민주당 소속 초선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뉴욕),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라시다 탈리브(미시간), 아야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등이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은 뉴욕에서 태어났으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두고 있다. 탈리브 의원은 디트로이트 출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다. 오마르 의원은 어릴 적 소말리아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최초의 흑인 무슬림 여성의원이다. 프레슬리 의원은 콜로라도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주에서 최초로 선출된 흑인 연방하원의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세계에서 가장 최악인데다 가장 부패하고 부적절한 나라에서 왔다”며 “이런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한 나라인 미국 사람들에게 정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살벌하게 말하고 다닌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 그들은 (출신지로) 돌아가서 완전히 부서지고 범죄가 들끓는 곳을 고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트윗에 겨냥된 의원들은 즉각 반박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은 같은 날 트위터로 “당신은 미국이 우리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화가 났을 것”이라며 “나의 ‘출신지’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탈리브 의원은 “나는 ‘우리’ 나라의 부패와 맞서 싸우고 있다”며 “나는 미국의 의원으로서 당신의 행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프레슬리 의원은 “이런 게 바로 인종차별주의라는 것”이라며 “우리야말로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오마르 의원은 “우리가 (의원으로서) 맹세한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함께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 진보파 초선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였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나는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혐오 발언을 거부한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발언이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겠다는 뜻이었음을 재확인했다”고 비판했다.
라틴계 벤 레인 루한(뉴멕시코)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인종차별주의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한) 이들은 미국 유권자들이 선출한 미국 시민”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