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WTO 일반의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정식 의제로 올라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자리에서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국제사회 공감대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WTO는 과거 상정된 안건 자체에 문제가 제기돼 본회의에서 뺀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논의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부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7~8일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공식 제기했었다.
산업부 측은 “각료회의를 제외하고는 WTO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해당하는 일반의사회에서 일본 조치가 공론화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WTO 회원국들의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WTO 일반의사회는 전체 회원국 대표가 WTO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다. WTO 164개 회원국 대사가 참석한다.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개최되는데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으로 기능한다.
지난 12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양국의 첫 과장급 실무회의가 열렸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수출제한 조치 철회를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철회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억지 주장’을 펴 공분을 샀다.
일본 측 대표는 실무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WTO 규정 위반과 관련한 항의는 없었고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찬수 산업부 무역안보과장 등은 다음날 오전 11시 하네다 공항에서 서울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유감을 표명했고 조치의 원상복구,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일본 측은 다시 6시간 만인 오후 5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의사록을 다시 봐도 ‘철회’라는 문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한국 정부 대표단의 발언은 양측이 합의한 내용을 넘어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 정부는 백지아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가 WTO 연설자로 나서 안건의 의미를 설명하고 일본 측에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수출규제가 아닌 자국의 수출 시스템을 점검하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WTO는 상정된 안건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본회의에서 이를 뺀 전례가 있는 만큼 일본 측 반대로 WTO 논의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