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은 공익위원들 몫?…10년간 공익위원 손에 결정

입력 2019-07-14 17:06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뉴시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2020년도 최저임금 8590원은 노동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27명의 표결로 결정됐다. 노사 양측 위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표결 결과는 상당수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위원 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거나 표결에서 공익위원들이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상황이 올해도 재현된 것이다.

국민일보가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안 방안이 채택된 게 6차례였다. 2차례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결정됐다. 나머지 2차례는 공익위원들이 찬성한 방안으로 결정됐다. 공익위원들은 지금까지 2차례 이뤄진 표결에서 한 번은 노측, 한 번은 사측 손을 들어줬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따라서 위원들 성향으로 볼 때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기 쉽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을 지냈다. 공익위원인 윤자영 교수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시장소득개선 소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올해 노동계에선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부가 앞장서 ‘속도 조절론’을 설파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원사격을 했다. 결국 노동계 전망 그대로 공익위원들은 사측 안에 무더기로 표를 줬다.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장을 따르는 사례는 2016년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도 나와있다. 김 전 수석은 2014년 6월20일자 비망록에서 ‘6월30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 인상률 놓고 대립. 안(案) 으로 투표. 7% 인상 선’이라 적었다. 실제로 그 해 6월 27일 공익위원들은 7.1% 인상한 5580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표결 끝에 이 안이 이듬해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공익위원 안으로 전년보다 10.9% 인상된 8350원을 2019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자료를 통해 임금 인상 전망치 3.8%, 협상배려분 1.2%, 소득분배 개선분 4.9% 등이 반영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측 입장에 손을 들어주다 보니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산출 근거에 관한 질문에 “사용자 측에 요청하라”고 답했다. 사용자위원들도 최저임금이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된 점, 다시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부작용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하는데 그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