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정보를 전할 때 제일 큰 유혹이 ‘이렇게 하면 낫는다’ 같은 선정적 내용이에요. 저희는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검증한 정보에 집중합니다. 장점뿐 아니라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요. 17년간 동안 시청자와 다져온 이런 끈끈한 믿음이 타 의학 교양과 가장 큰 차이점이죠.”
‘생로병사의 비밀’(KBS1)을 이끄는 이제헌(52) CP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신뢰’에서 찾았다. 그의 말처럼 탄탄한 전문성이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2002년 10월 첫 전파를 탄 이래 알차고 균형 잡힌 정보를 안방에 전하며 꾸준히 지지를 얻어왔다. 지금껏 제작에 참여한 PD만 110여명, 출연한 의료진이 1000여명에 달할 정도다.
오는 17일엔 700회란 금자탑을 쌓는다. 숱한 의학 교양 프로그램 사이에서 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데는 피부에 와 닿는 의학 이야기에 집중한 기획의 공이 컸다.
이 CP는 1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생생한 사례를 구하고 친절한 그래픽을 통해 쉽게 다가가려 항상 공을 들인다”며 “질환 관련 정보를 넘어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면서,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기획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실제 생로병사의 비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실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끼쳐왔다. 걷기 열풍이 대표적이다. 2003년도에 제작한 ‘마사이족처럼 걸어라’, ‘걷기 혁명’ 편은 꾸준한 걷기의 중요성을 전 국민적으로 환기했다. 2016년 전파를 탄 ‘계단 오르기 프로젝트’는 관공서 등에서 계단 오르기가 캠페인 형태로 자리 잡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700회 특집 2부작 ‘암과의 전쟁'은 오는 17일과 24일 2번에 걸쳐 전파를 탄다. 차세대 암 치료제인 면역항암제와 맞춤형 항암치료를 끈덕지게 파고든다. 이 CP는 “암 분야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힌 질병과 최신 의학이 맞부딪치는 최전선”이라며 “제작진이 종군기자의 마음으로 1년간 세계를 돌며 치열하게 취재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뭘까. 이 CP는 사회적 변화와 개인의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인 변화들이 눈에 띈다. 이런 부분들을 건강 정보 속에 녹여 최종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