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디밴드 새소년 출신의 황소윤이 특별한 음반을 발표했다. 같은 달 선보인 솔로 데뷔 앨범 ‘소윤(So!YoON!)’의 제작 과정을 설명한 작품이었다. 외국에서는 이처럼 별도로 코멘터리(commentary) 앨범을 출시하는 일이 늘고 있지만 한국에는 전례가 없다. 이 분야에서 황소윤이 최초의 역사를 썼다.
사실 온전히 새로운 기록은 아니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황소윤보다 먼저 코멘터리 음원을 출품한 바 있기 때문이다. 레드벨벳은 지난해에 낸 미니음반 ‘서머 매직(Summer Magic)’에 수록곡들을 영어로 소개한 ‘레드 라디오(Red Radio)’라는 보너스 트랙을 수록했다. 다만 이는 아이튠즈에만 공개한 것이라서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황소윤의 코멘터리 앨범과 레드벨벳의 ‘레드 라디오’는 노래를 설명한다는 목적만 같을 뿐 내실은 천지 차이다. 황소윤은 노래를 만들면서 든 생각, 객원 뮤지션과 소통하는 과정, 음악적으로 중점을 뒀던 부분들을 논한다. 반면에 ‘레드 라디오’는 노래들의 콘셉트나 소재를 간략히 언급한 뒤 가볍게 후렴을 부르거나 멤버끼리 장난스러운 대화를 주고받는 데 그친다. 황소윤이 다큐멘터리라면 레드벨벳은 예능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새 음반을 내면 유튜브나 기타 인터넷 방송을 통해 후기를 전하는 자리를 마련하곤 한다. 애석하게도 이런 공간은 ‘레드 라디오’ 같이 음악에 대한 얘기는 얼마 없고 그저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내보이다가 마무리되는 것이 다반사다. 대부분 아이돌 가수가 소속사에서 정해 준 노래를 프로듀서의 지시를 받아 녹음한다. 앨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다 보니 음악에 대해 깊은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허망한 관행을 벗어나 이제는 아이돌 가수도 진지한 코멘터리 앨범을 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근래에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소화하면서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이는 아이돌 가수가 많아졌다. 본인이 주도해서 진취적으로 작품을 만들면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기획 의도나 가사의 메시지를 팬들과 공유하고 싶고, 제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특히 신경을 쓴 요소를 많은 청취자가 알아주길 바란다. 따라서 노래를 직접 만드는 아이돌의 증가는 코멘터리 앨범의 문화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소속사 입장에서도 반가운 현상이다. 열성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다 간직하고 싶어 한다. 팬들의 소장 욕구를 겨냥해 단독 코멘터리 앨범이나 짤막한 소개, 해설을 담은 리패키지 음반을 발매하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코멘터리 앨범은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시각 콘텐츠가 익숙해서 오디오만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노래가 뒤에 깔린다고 해도 말이 중심이라서 심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인지도가 낮은 인디 뮤지션들은 코멘터리 앨범을 내도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반응이 미지근하면 뮤지션은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단점들로 제작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가 아직은 많다.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