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 있던 경우라도 기습키스는 강제추행”…무고 판결 뒤집은 대법

입력 2019-07-14 11:40 수정 2019-10-31 10:58

신체 접촉이 있던 경우라도 동의 없이 기습 키스를 했다면 강제 추행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34·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5월 직장동료 B씨와 단 둘이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습 키스 등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B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이후 B씨는 A씨가 자신을 무고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역시 검찰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B씨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B씨는 사건 당일 A씨에게 입맞춤을 했다는 점은 일관되게 인정했다. 그러나 강제추행이 아니라 서로가 호감이 있었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A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술집에서 나온 뒤 상당시간 B씨와 산책을 했고,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을 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추행 직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어느 정도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기습추행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했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란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점과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해명을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자의 신고 사실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며 “무고죄 고소 당시 B씨의 주장과 1심 법정에서 한 B씨의 주장이 달라져 A씨가 기습추행 당했다는 것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