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장률 대폭 하락 없다…日 조치 ‘메모리 반도체’ 타격 제한적”

입력 2019-07-12 15:33 수정 2019-07-12 16:11

KIEP “ 규제 품목 시스템 반도체에 영향”
“메모리 반도체에 주는 영향 크지 않을 수도”
“단기간 성장률 대폭 저하는 없을 것”

일본의 수출 규제로 당장 한국의 성장률이 ‘대폭’ 하락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수출 규제가 위험한 건 한국 경제의 유일한 성장 동력인 ‘반도체’를 흔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규제한 3가지 소재가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규제가 장기화 되고, 범위도 확대되면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외 첨단소재, 전자부품 분야 등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2일 ‘일본의 수출제한조치 분석과 전망’ 토론회를 열고 단기적으로 수출 규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곧바로 직격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이 규제한 3가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 액정, 유기EL패널 등의 필름 재료에 쓰인다.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는 각각 반도체 노광 공정과 세정 공정에 사용한다.


연구원은 규제 강화 대상인 레지스트의 경우 당장 우리나라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소재는 극자외선(EUV) 노광이라는 최첨단 공정에 사용되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아직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한 품목이라는 것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해당 소재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인 ‘시스템 반도체’ 등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원은 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 등은 일본의 해외 공장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스마트폰 액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일본 기업들이 생산하는 건 소재가 아니라 해당 소재의 재료라고 강조했다. 소재 자체가 규제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원은 일본 수출 규제로 성장률이 대폭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률이 무너지려면 반도체 산업이 단기간에 붕괴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배찬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한국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 조치가 반도체 산업의 구도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수출 규제라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안을 보고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한국의 성장률이 큰 폭 수준으로 저하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태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차 보복 조치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 제외는 반도체 외 첨단소재와 전자부품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르면 내달 시행하는 해당 배제 조치는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다. 일본이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규정을 이용해 여러 가지 품목에 규제를 할 수 있다. 연구원은 군사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화학약품)와 전자부품(차량용 2차 이온전지), 일부 공작기계가 포함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분야도 규제가 장기화 되면 재고 고갈과 시스템 반도체 개발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략 160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재고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장기화 되면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성장 잠재력을 위협할 수 있다”며 “양국 정부가 사태를 빨리 종결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