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 복귀, 롯데 잘못 인정?’ 꼴찌 현실 외면…자존심 지키기 급급

입력 2019-07-12 10:21 수정 2019-07-12 10:39

11일 오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노경은(35)이 사직구장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는데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NC 다이노스 경기가 펼쳐진 지난 9일 노경은이 사직구장에 왔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윤원 단장과의 면담 사실도 시인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과의 만남에 대해선 말을 꺼렸다.

기사를 작성해 내보냈다. 이후 온라인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롯데 구단은 인사차 방문일뿐 복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내용이 주였다.

사실이라고 본다. 노경은은 롯데와의 FA 협상이 결렬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다가 좌절됐다. 이후 몸을 제대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롯데에 도움이 될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놀란 사실이 있다. 롯데 구단이 노경은과의 재협상 여부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나선 점이다. 실제 재협상을 했더라도 강하게 부정했을 것이다.

롯데는 정규시즌에 앞서 노경은과 지리한 협상을 이어갔다. 옵션 문제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롯데는 협상 결렬 소식을 보도자료까지 내며 알렸다. 다분히 감정적인 대처였다.

결국 노경은을 복귀시킨다면 당시 협상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꼴찌로 추락한 상황이라도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롯데의 계산으로 보여진다.

롯데는 현재 32승 2무 55패로 나홀로 꼴찌를 달리고 있다. 구단 창단 이후 처음 ‘10위 꼴찌’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존심이 중요한 롯데다.

2년 전 조쉬 린드블럼(32)과 보기 좋지 못한 감정싸움까지 벌이며 그를 놓쳤던 롯데다. 눈뜨고 강민호를 놓쳤던 롯데다. 육성만을 외치며 팀을 꼴찌로 몰아간 사령탑이 건재한 롯데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롯데는 반등에 성공할 수 없다. 지금 꼴찌 롯데에 필요한 것은 선수 타선 조정이 아니라 상층부의 인식 변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