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도 없나?…고의사구 1위’ 감독 과도한 경기개입…상황악화

입력 2019-07-12 09:22
KBS N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 경기 후반 주자 2루 또는 2,3루 상황에서 투수에게 자주 보내는 시그널이 있다. 왼손 손가락 4개를 편다. 고의사구다.

양 감독은 올 시즌 89경기를 치르는 동안 25번의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2개를 지시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배가 넘는다. 9위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마저 5번 밖에 지시하지 않았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9차례,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8회,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과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7차례였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15회, KIA 타이거즈 박흥식 감독대행(김기태 전 감독 포함)이 16차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19차례 고의사구 시그널을 보냈다.

양 감독의 지시를 가장 많이 수행한 선수는 롯데 마무리 투수였던 구승민이다. 무려 6차례다. 그리고 앞서 던지는 고효준이 4차례다. 그리고 박진형과 정성종도 3차례씩 지시를 받았다. 손승락도 2차례나 명령을 따라야 했다.

불펜 투수 만이 아니다. 롯데 에이스인 브룩스 레일리도 한 차례 고의사구 지시를 받았다. 장시환도 마찬가지였다.

고의사구는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강타자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

더 큰 문제는 고의사구는 투수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다. 그리고 주자가 쌓이면 더 좋지 못한 상황이 초래되기 일쑤다. 롯데의 경우가 몸소 말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마이애미 말린스가 전반기 고의사구 32개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전반기 고의사구 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팀 고의사구 4개를 기록,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한 시즌 고의사구 4개는 1955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뒤 최저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의사구를 줄이는 추세다. 올 시즌 경기당 고의사구는 0.17개로 2016년과 2018년 기록한 종전 최저 기록인 0.19개보다 적다.

양상문 감독은 벌써 메이저리그 최소팀의 6배의 고의사구를 지시한 감독이다.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의 과도한 경기 개입은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선수 스스로 판단해서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게 맞다. 그런데 양 감독은 투구 도중 투수 교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과도하게 경기에 개입하고 있다. 그리고 롯데는 32승2무55패로 꼴찌를 달리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