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사들 “신장 위구르 수용소 철폐하라” 집단 서한

입력 2019-07-11 16:06 수정 2019-07-11 18:17

제네바 유엔본부에 주재하는 22개국 대사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재교육 수용소’ 철폐를 촉구했다. 유엔 주재 대사들이 단체로 신장위구르 수용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2개국 대사들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중국에 대해 유엔인권이사회의 47개 이사국 가운데 한 나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중국 전역에서의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할 것을 중국에 요구한다”며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과 기타 이슬람교 소수민족에 대한 자의적인 구금과 이동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신장위구르 자치구내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 민족을 겨냥한 광범위한 감시와 제약, 그리고 대규모 수용소에서 이뤄지는 불법적인 구금에 대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공개서한은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 국제 인권전문가들이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자유롭게 방문해 재교육 수용소를 조사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호주, 캐나다, 일본등이다.

서방 국가의 한 외교관은 "이것은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해 최초의 집단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사는 “서한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공식적인 문건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공식적인 조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국가들이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모욕하며 중국의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다”며 중국은 이미 관련국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나라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재교육 수용소에서 100만 명 가량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 민족 이슬람교도들이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교육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재교육 수용소를 ‘직업교육 훈련센터’라고 주장하며 “종교적 극단주의 영향을 받고 경미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계 어린이들을 대거 기숙학교에 입교시켜 전통 문화를 접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중국 당국은 부모가 수감됐거나, 재교육 캠프에 입소한 어린이는 중앙 정부의 보호를 받도록 했다”며 “이 때문에 성인용 구금 캠프 건설과 동시에 어린이들을 수용할 기숙사와 보호 시설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장위구르 전문가인 아드리안 젠츠 박사는 “중국 당국은 부모와 자녀를 격리한 뒤 민족적 뿌리와 종교적 믿음, 고유 언어가 거세된 새로운 세대를 키우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문화적 민족 말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