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17년만에 한국 입국길 열렸다…대법, “비자 발급 거부 위법”

입력 2019-07-11 11:27 수정 2019-07-11 11:32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이 17년 만에 한국에 입국할 길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씨는 미국 영주권자 신분으로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중인 2002년 1월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그는 한국의 병역 의무를 벗어났다. 이를 놓고 병역 기피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서 “군대에 가겠다”는 공언을 여러차례 했던 데다 ‘바른 청년’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셌다.

법무부는 이에 유씨가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그의 입국을 제한했다

한국 입국이 어려워진 유씨는 이후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하면서 유씨 입국 허가 여부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유씨는 비자 신청이 거절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1·2심 법원은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등의 우려가 있다”며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재외동포법 상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전까지만 F-4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한 규정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이후 재외동포법이 개정돼 제한 대상 연령이 41세로 상향됐지만 원고는 이미 41세가 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에 따라 유씨는 2002년 이후 17년 만에 한국에 입국할 길이 열렸다.


유씨는 앞서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통해 “정말 사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앨범 발매를 시도했으나 음반사가 국내 여론에 부담을 느껴 유통을 포기, 무산된 데 이어 올해 1월 다시 앨범을 내는 등 한국 복귀 시도를 계속해왔다.

그는 이 같은 시도의 이유로 “한국 혈통을 가지고 있고 유승준이라는 이름도 가졌는데 아이와 가족을 봐서라도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승준은 2004년 일반인 여성 오유선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과 쌍둥이 자녀를 두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