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자가 일자리를 다시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학력 노동자가 증가했지만 산업계 고용창출이 이에 미치지 못한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11일 조사통계월보에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이동이 둔화됐다는 조사국 모형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담긴 ‘노동이동(worker flows) 분석: 고용상태 전환율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고를 수록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에서 한 번 실직하면 다시 취업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노동이동이 어려운 상황이 오래가면 노동 생산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취직률과 실직률을 합산한 노동회전율은 2000~2009년 29.2%였으나 2010~2018년 26.4%로 2.8%p 감소했다. 이는 연구팀이 2000~2018년 중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취업과 실업, 비경제활동인구의 고용상태 전환율을 추정해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00~2009년 취직률은 28.2%였으나 금융위기 이후(2010~2018년)에는 25.6%로 2.6%p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취직률은 실직자가 구직활동을 통해 다음 달 취직할 확률을 나타낸다. 취직률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업자가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취업자가 다음 달 실직할 확률을 보여주는 실직률도 같은 기간 1.0%에서 0.8%로 0.2%p 축소됐다. 반대로 한 번 취직한 경우에는 계속 취업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은 커진 것이다.
이러한 취업자와 실업자 간 이동 둔화는 노동시장의 제도 변화뿐만 아니라 고학력 노동자 증가, 경기진폭 둔화, 생산설비 세계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고학력 노동자 증가 등으로 취직률이 지속 하락하고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약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취직률이 낮은 고학력자 비중이 최근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취직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생산설비 세계화 등으로 기업의 고용조정 필요성이 국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도 국내 노동이동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해당 기간 우리나라의 평균 고용상태 전환율이 미국에 비해 낮으나 이탈리아 등 고용보호지수가 높은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이동이 어려운 상태가 장기화되면 향후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더라도 교육 등을 통해 노동 재배치가 원활히 이뤄져야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