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다시 한국 땅 밟을까…‘배신의 아이콘’으로 살았던 17년

입력 2019-07-11 10:33
유승준이 2015년 아프리카TV를 통해 사죄의 방송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캡처


대법원이 11일 가수 유승준의 입국을 제한한 것이 위법인지를 놓고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연예계 안팎의 눈길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유승준은 앞서 2015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유승준이 입국해 활동을 하면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이날 내릴 판단은 17년간 이어진 ‘유승준 사태’의 마침표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유승준의 17년

2002년 2월 2일 인천공항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은 갑자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의혹을 산 톱스타 유승준이 ‘스티브 승준’이라는 미국 여권을 들고 돌아온 날이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의 입국을 막았고, 결국 유승준은 공항 라운지에서 대기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입국이 금지되면서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유승준이 열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자동적으로 취소됐다. 출연 예정이던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연예인을 섭외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당시의 사건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닐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유승준은 이듬해 6월 “약혼님 아버님상에 문상하러 방문했다”며 조용히 한국을 찾긴 했었다. 그는 법무부가 한국체류를 잠시 허락해준 것에 대해 “조국 땅을 밟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선처를 해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시 약혼녀였던 오유선씨와 미국에서 2004년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건 쉽지 않았다. 유승준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해외에서 연기에 도전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2009년에는 청룽(성룡)이 제작한 영화 ‘대병소장’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승준이 출연한 영화 '대병소장'의 한 장면. 뉴시스


유승준이 다시 본격적인 국내 복귀 의지를 피력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였다. 유승준은 그해 5월 아프리카TV 생방송에 출연해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이 자리는 제 심경 고백도 아니고, 변명의 자리도 아니고, 잘못을 사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연신 울먹였다.

그는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쳤다”고 했으며, “절대로 돈 때문에 여기에 나온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군에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며 흐느꼈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 생중계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당시 두 번째 방송에서는 유승준의 클로징 인사 후 마이크를 통해 욕설이 포함된 대화가 그대로 중계돼 비난을 자초했다.

유승준은 올해 초 한국에서 새 음반을 내놓기도 했었다. 국내에서 새 앨범을 발표한 건 2007년 ‘리버스 오브 YSJ’ 이후 12년 만이었다. 앨범에 실린 ‘어나더 데이’라는 곡에서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wanna loved again 제발 되돌리고 싶어 더 늦기 전에/ I want to be born again 아픈 모든 기억 지울 수만 있다면….”

유승준이 올해 초 발표한 미니음반 '어나더 데이' 재킷.


‘유승준 학습효과’가 바꿔놓은 연예계 병역 문화

유승준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 그만큼 당시 대중들이 느낀 배신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수차례 군에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건강하고 활달한 ‘순수 청년’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유승준은 시민권 취득 이후 병역 기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그가 일으킨 파문은 연예계의 병역 문화를 바꿔놓았다. 병역을 기피하면 연예계 활동이 불투명해진다는 ‘유승준 학습효과’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군대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지가 좋아져 인기까지 올라간 스타들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승준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최근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의 입국에 반대하는 응답이 68.8% 됐다. 2015년 5월 실시된 여론조사 내용(66.2% 반대)과 비슷한 결과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