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10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문재인정부의 대일외교 파탄을 막기 위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측근을) 일본대사, 오사카총영사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최후 진술했다. 통상 피고인들이 최후 진술에서 무죄나 양형 부당 취지를 재판부에 주장하는 것과 달리 자신의 혐의와 무관한 한·일 외교를 언급한 것이다.
김씨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제가 구속되고 언론에 보도되자 김경수 지사는 저를 모른다고 했다”며 “이후 김 지사는 제가 마치 일본대사, 오사카총영사 등 자리를 탐해 자신을 협박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지난해 1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만나 문재인정부의 대일외교 정책에 대해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안 전 지사가 “‘일본과 대화하고 싶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친일파로 몰리는 게 두려워 그러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선악 이분법에 따라 일본과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대통령 측근들에게도 일본과 대화 재개를 말했지만 질색했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김씨는 또 “국가 위기를 막을 방법은 안 지사를 도와 일본과 대화하는 것이라 확신했다”며 “측근에 대한 일본대사, 오사카총영사직 추천을 요구한 이유는 자력으로라도 통로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일제 강제징용 재판을 지연시킨 탓에 문 대통령이 구속시킨 것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회복하려던 대법원장, 정치인, 저 같은 사람들을 감옥에 넣고 나라를 망국으로 몰고 간다”고 덧붙였다.
이날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컴퓨터 등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드루킹은 불법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어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네이버가 댓글 순위 조작을 방치했으므로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한다”며 “피해자를 공격해 다치게 하고도 제대로 방어 못했으니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과 같다”고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