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은퇴한 60대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빌라에서 아내(56)와 딸(29)을 살해한 혐의로 이모(6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경 기상하자마자 부인과 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각각 20여 차례 이상씩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아내에게 먼저 흉기를 휘둘렀고 이를 본 딸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시도하자 잇따라 위해를 가했다. 아내와 딸은 현장에서 숨졌다.
이씨는 아내와 딸이 숨진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틀 동안 집 안에 머물렀다. 아내가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의 오빠가 집에 찾아오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이씨는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직접 문을 열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0년 전쯤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초기에 잠시 치료를 받다 한동안 중단했다. 은퇴를 한 지난 5월부터는 이 증상이 급속도로 심해져 불면증에 시달렸고, 갑자기 화를 내는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다. 범행 15일 전부터 다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범행 당시 환각상태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범행 10일 전부터 부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망상을 겪었고, 범행 하루 전에도 이런 환각에 시달리다 일어나자마자 살해했다는 주장이다.
범행 직후에도 환각 상태가 이어졌다고 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남자 2명이 화장실에 숨어 있으라고 하기에 부인과 딸을 병원에 데려갈 줄 알았다”며 “일주일쯤 지난 줄 알고 나왔는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고, (시신이) 그대로 누워 있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