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배제, 청탁 채용은 합격…IBK증권 ‘채용비리’ 유죄

입력 2019-07-10 16:47 수정 2019-07-10 16:55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여성은 배제하기 위해 점수를 낮추고 취업 청탁을 받은 지원자는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IBK투자증권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권영혜 판사는 10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IBK투자증권 김모 전 부사장과 박모 전 본부장에 대해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부사장은 2016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자신의 석사 학위 논문 심사를 맡은 지도교수의 조교 A씨를 합격시켜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부사장은 A씨를 추천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합격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부사장이 강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추천이 사실상 실무진에게는 채용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본부장은 2016~2017년 공채에서 지원자 3명에 대해 평가 등급을 올려주고 여성지원자 20명의 점수를 낮게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았다. 이를 통해 채용 특혜를 받은 이 중에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의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박 전 본부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인사팀장 두 명에게도 각각 벌금 8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했다.

권 판사는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현실에서 채용의 공정성은 사회적으로 더욱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합격자로 만들거나 여성을 합리적인 이유로 배제한 것은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권 판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IBK투자증권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권 판사는 “증권업계에서 남성직원이 여성직원보다 경쟁력이 있고 선호한다는 과거의 잘못된 사고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했고, 차별받은 여성 지원자 수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