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청중 귀에 피날라" '투머치 토커' 박찬호, 명예공무원 되다!

입력 2019-07-10 15:30
박찬호 인사혁신처 홍보대사가 9일 인사처에서 공무원 대상 강연을 하고 있다. 인사처 제공

‘투머치 토커’ 박찬호가 공무원 대상 특강에서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방송 이미지와 달리 특강 무대에 오른 명예 공무원 박찬호는 진지했다.

인사혁신처 홍보대사 박찬호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사혁신처 직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작은 도전을 모아 큰일을 해내는 것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홍보대사는 “매일 한가지씩만 도전해도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이뤄나가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사처는 지난 5월 20일 박찬호를 홍보대사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명예공무원증을 수여했다.

박 홍보대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 최다승인 124승을 기록한 경험을 풀어놓으며 “당시 123승 기록을 갖고 있던 일본인 투수를 넘고 싶어 포기하지 않았다”며 “도전의 결실은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진중한 분위기로 강단에 오른 박 홍보대사였지만 투머치 토커의 면모를 숨기지는 못했다. 1시간으로 예정된 강연에서 약 1시간 10분 동안 쉴 새 없이 말했다. 강연 초반에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면서 많은 얘기와 사연, 추억이 쌓였고 공유할 게 많다”며 “(그래서) 말을 많이 했더니 젊은 분들이 (저를) 투머치 토커라 부르더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어 “요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강연 부탁을 받으면 거꾸로 “괜찮으실까요?”라고 되묻는다”고 설명했다. 강의 막바지엔 “자꾸 내 얘기만 하면 여러분 귀에 피만 나니까 질의응답을 받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메이저리그 시절 ‘이단옆차기’ 사건을 회상하기도 했다. 박 홍보대사는 “당시 상대 투수가 글로브로 배를 세게 태그하고선 심한 말까지 해 기분이 나빴다”며 “당시 (내가) 영어가 안돼서 바디랭귀지(몸짓)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은 통쾌하셨겠지만 이후 협박편지를 엄청 많이 받았다”며 “어쨌든 다음날 해당 선수를 찾아가 ‘한국인 사나이’답게 먼저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박 홍보대사는 이 에피소드를 설명할 때도 열심히 말했다. 그는 “상대 선수한테 사과하러 가니 그 선수가 지레 겁을 먹은 건지 방어 준비를 하고 있더라”라며 “어쨌든 이 일이 있고 나선 선수들이 말조심하더라. 어디서 이단옆차기가 날라올지 모르니까”라고 했다. 아울러 “사실 (이단옆차기 당시) 전 이닝에 만루홈런만 안 맞았어도 좀 참았을 텐데”라며 “(하필) 그 경기에 부모님, 99살 할머니까지 처음으로 경기 보러 온 날이라 (그게 안 됐다)”고 설명했다.

박 홍보대사는 자신의 성공론도 공개했다. 그는 “한동안 성공의 비결을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해야 된다’고 설명했다”며 “그런데 사랑을 알고 나니 그게 아니더라.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야구를 더 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항상 감독님이 뭐 시키면 무조건 하나씩 더했다. 운동장 10바퀴 돌라고 하면 11바퀴를 돌았다”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