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예우, 동료 추모...‘존중’ 보여준 MLB 올스타전

입력 2019-07-10 14:52 수정 2019-07-10 14:56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MLB 올스타전에서 C.C 사바시아(오른쪽부터 두번째)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렸다. 시즌 162경기 동안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MLB 선수들이지만 축제를 즐기는 자리인 올스타전인 만큼 이날 많은 볼거리가 나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답게 클리블랜드 팬들을 위한 행사가 마련됐다. 2001년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해 8년간 뛰며 통산 251승 중 106승을 거둔 대투수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경기 전 시구를 맡았다. 어느덧 39세의 노장이 돼 올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사바시아의 마지막 올스타전에 클리블랜드가 예우를 한 셈이다. 사바시아의 시구를 받아준 이는 클리블랜드에서만 총 6번 올스타전에 출장한 포수 샌디 알로마 주니어였다.
샌디 알로마 주니어(왼쪽)와 C.C 사바시아=AFP연합뉴스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 감독을 맡은 알렉스 코라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은 사바시아에게 다시 한 번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사했다. 9회초 2아웃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바시아를 투수코치 대신 마운드에 내보내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양키스) 및 내야진과 악수를 나누게 했다. 함박웃음을 짓고 마운드에 올라온 사바시아는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경기 뒤 사바시아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클리블랜드, 고맙습니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쉐인 비버=AP뉴시스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홈에서 열리는 행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마이크 마이너(텍사스 레인저스)를 대체해 올스타전에 출전한 쉐인 비버는 5회초 등판해 1이닝 3삼진의 완벽투로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상을 차지했다. 2아웃 상황에서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비버는 “홈팬들이 나를 도와줬다”고 공을 돌렸다. 클리블랜드 주전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경기 중 중계진과 만담을 나누며 “이 지역의 좋은 식당을 안다”며 “동료들에게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45번 등번호를 달고 올스타전에 나선 마이크 트라웃=AFP연합뉴스

경기 전 올스타 선수들은 지난 1일 숙소에서 사망한 타일러 스캑스를 기리며 묵념하기도 했다. 사망 당시 스캑스의 소속팀인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과 토미 라 스텔라는 스캑스의 등번호(45번)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트라웃은 “스캑스가 오늘 밤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