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추모탑 표절 논란 휩싸여…부산대 이동일 명예교수 고소장 제출

입력 2019-07-10 14:46

‘5·18민중항쟁 추모탑’이 표절논란에 휩싸였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탑은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인 1997년 5·18성역화 사업의 상징 조형물로 광주 운정동 산34 국립5·18민주묘지 중앙에 1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세웠다.

10일 광주 북부경찰서와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부산대 미술학과 이동일(81) 명예교수는 “5·18 국립묘지에 설치된 5·18민중항쟁 추모탑이 표절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추모탑 나상옥 조각가와 부산의 모 건축설계사무소 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교수는 “1995년 3월 해당 건축사무소 소장이 5·18추모탑 조성 공모사업을 공동으로 출품해보자고 제안해 기념탑 도면과 투시도를 만들었다”며 “이 작품을 공모전 대리 제출을 위해 건축사무소로 보낸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모전에서 낙선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TV에서 내가 만든 작품과 똑같은 5·18 추모탑을 보게 됐다”며 “건축사무소장이 나상욱 조각가나 제 3자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서적 감각이 서로 다른 작가에게서 같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5·18민주묘지 추모탑에 작가의 서명을 찾을 수 없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고 덧붙였다.

5·18 추모탑은 탑신 높이가 40m로 전통 석조물인 당간지주를 현대감각에 맞게 형상화한 것이다. 탑신 가운데 감싸쥔 손 모양의 형상은 새로운 생명의 부활을 상징한다.

이 교수는 “제2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끝까지 진상규명을 해야되겠다는 심정에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5·18민중항쟁 추모탑 당선자인 나상옥씨는 “이 명예교수의 투시도는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형식상 비슷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며 “공모 당선작은 동료 작가들과 3년에 걸쳐 작품을 구상한 결과물”이라고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공모전을 진행한 광주시는 두 차례에 걸친 공모 심사를 통해 나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추모탑을 세웠을 뿐 표절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추모탑 앞에서는 해마다 정부 주관 5·18기념식 등 주요 추모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검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교수와 나씨 등을 불러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판단할 방침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