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 출전한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의 올스타전 고난사를 종결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도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유지하며 무난한 올스타전 데뷔전을 치렀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9 MLB 올스타전에 내셔널리그(NL) 대표 투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푸른 정장을 입고 레드 카펫에 선 류현진은 “너무 기쁜 하루”라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회초 아메리칸리그(AL) 선발투수로 나선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가 95마일(153㎞)을 넘나드는 강속구로 NL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이와 달리 1회말 등판한 류현진은 최고 구속 91마일(146㎞)의 직구와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찔러 넣으며 상대 타자들의 땅볼을 유도했다. 득점권 상황에서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모습도 시즌 그대로였다.
선두 조지 스프링어(휴스턴)가 친 땅볼이 중전안타로 연결됐지만 류현진은 2번 D.J. 르메이휴(뉴욕 양키스)를 투수 땅볼로 막아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어진 타자는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선수지만 류현진에게는 통산 10타수 무안타로 약했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타석에 임한 트라웃은 2구째를 강하게 휘둘러 빠른 땅볼을 만들었지만 공이 2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이후 류현진은 이어진 2사 3루 상황에서 카를로스 산타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이날 류현진은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기록을 남기고 다저스 동료 클레이튼 커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로써 류현진은 2001년 박찬호(다저스·1이닝 1실점), 2002년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⅓이닝 2실점)의 한국인 빅리거 연속 올스타전 실점 기록을 끊어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내려온 류현진은 “세 타자로 끝내고 싶었는데 빗맞은 안타가 나왔다”며 “재미있었다. 자주 올스타전에 나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의 투구는 깔끔했지만 경기는 2013년 이후 NL에 6연승을 달리던 AL이 4대 3으로 이겼다. 2회초 커쇼를 상대로 2사 1루 상황에서 마이클 브랜틀리(휴스턴)가 2루타를 치며 선취점을 낸 AL은 5회초 호르헤 폴랑코(미네소타 트윈스)의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NL은 6회초 찰리 블랙몬(콜로라도 로키스)의 솔로 홈런으로 첫 득점을 올렸지만 7회말 2점을 헌납해 다시 1-4로 끌려갔다. 8회초 전날 홈런 더비 우승자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가 2사 만루에서 안타를 치며 다시 한 점차가 됐지만 마이크 무스타커스(밀워키 브루어스)가 계속된 2,3루 역전 찬스에서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결국 아롤디스 채프먼(양키스)이 9회초 마무리로 나서 100마일(161㎞)의 광속구로 3개의 삼진을 낚아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이날 AL에 2안타 이상을 친 타자가 없어 투수들 중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가 나왔다. MVP는 5회초 등판해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은 쉐인 비버(클리블랜드)에게 돌아갔다. 비버는 첫 타자 윌슨 콘트레라스(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95마일의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았다. 콘트레라스가 포수 미트에 꽂힌 공을 확인하고 곧바로 덕아웃으로 향할 만큼 완벽한 공이었다. 이후 비버는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로날드 아쿠냐(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모두 삼진으로 처리해 퍼펙트 투구에 성공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