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대장이 항공기 타고 전자담배 갖다주라고 심부름” 국민청원

입력 2019-07-10 11:54 수정 2019-07-10 20:45

공군의 한 부대장이 비상대기 중인 부하 조종사에게 항공기를 타고 전자담배를 지인에게 갖다 주라는 심부름을 시키고 폭언을 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공군이 최근 감찰에 착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일 ‘공군 ○전대 ○○○대대 대대장 인권침해 및 사적지시 사례 고발’이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부대 소속 대원으로 보이는 청원인은 “(A대대장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항공기를 이용해 외지비상대기 근무 교대 중인 조종사에게 지시해 지인에게 전자담배를 갖다 주라는 등 사적업무를 상습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A대대장이 병사들에게 자신의 중고 또는 택배 거래 등을 시켰으며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대대원들에게 면세담배를 사오라는 지시도 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외부 인사들이 대대에 방문했을 때 대대원들을 모욕하거나 비난·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고도 했다. A대대장이 “대대원들 모두 떨거지들만 남아있다” “애들 성격이 죄다 쓰레기다” 등 폭언을 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또 “(A대대장이) 과중한 업무 지시로 점심시간을 놓쳐 시리얼을 먹고 있는 대대원에게 ‘니가 개냐? 사료 처먹게?’라는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A대대장이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비행운영지침을 부대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시해 비행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청원인은 “공개된 자리에서 비행비화록 작성자를 지목하고 비아냥거렸다”고 지적했다. 비행감독을 해야 할 시간에 테니스를 치거나 잠을 잤다며 A대대장의 ‘근무 태만’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 청원 글은 현재 490여명 동의를 받았다. 당초 청원인은 이 부대 명칭을 공개했지만 이후 익명으로 수정됐다. 공군 관계자는 10일 “현재는 청원인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하는 중”이라며 “이번 주 초에 공군본부 감찰실에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이런 내부 고발이 군 기강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역 군단장이 장병들에게 과도한 체력 훈련을 시키고 휴가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현역 장교는 “군 인권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도 있지만 일선 지휘관들이 지휘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