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對) 한국 수출 규제를 완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3개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 제한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한일 당국자들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일본 도쿄에서 수출 규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는 한 일본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수출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일본 정부의 입장은 수출 통제가 자유무역 질서 교란이 아니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군용·민간용 제품 모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쪽에 가까웠다. 이 관료는 “수출하는 소재가 민간 제품용이라면 당연히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화웨이에 한 것처럼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거래 금지 명단에 올린 상태는 아니다”며 “이번 조치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뒤흔들릴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민간용 제품에 필요한 소재의 수출을 허가할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3개 핵심소재를 일본으로부터 계속 공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일본 측이 수출품마다 그것이 군용으로 전용되지는 않는지 일일이 사용증명서를 요구하고, 구매자가 군 관계자는 아닌지 면밀히 조사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 생산 핵심소재인 에칭가스와 레지스트, 디스플레이 핵심 생산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모두 일본 업체가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화학 소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주력 산업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수출 규제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생산이 차지을 빚을 경우 세계 경제의 글로벌 공급체인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