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외도 의심 전처와 딸을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검거

입력 2019-07-10 11:10
전처와의 외도를 의심해 건설회사 사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투신자살한 경남 거제 사건에 이어 창원에서 우울증을 앓아온 60대가 환각 상태에서 외도를 의심해 아내와 딸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10일 자신의 집에서 아내(57)와 딸(29)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모(62·무직)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빌라 4층에 있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내의 얼굴과 가슴 등을 흉기로 21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이어 이를 목격한 딸의 목과 가슴을 26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씨의 범행은 사건 이틀 후인 지난 9일 이 씨 부인이 출근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자 처남과 함께 집을 찾은 친구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를 자택에서 긴급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 2점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6~7년 전 2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달 말에도 창원의 한 정신과의원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들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하는 등 환청·환각증세가 심해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자신이 집에 있는데 딸이 남자를 방에 들인다는 ‘환시’ 증세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퇴직 후 돈을 벌지 않아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재가할 것이 두려웠고 아내와 딸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 후 화장실에 숨어 있었으며 일주일 정도 지났다고 생각해 나와 보니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범행 전과 범행 후 자살을 기도했으나 “무서워 실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퇴직한 이 씨는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 별다른 취미도 없어 퇴직 후는 집에만 있어 환청이 들리는 등 우울증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관계자는 “과대망상 등 우울증 증세가 가족 간 잔혹 범죄로 이어진 것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거제시 옥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1층 복도에서 박모(45) 씨가 전처와의 외도를 의심해 건설회사 사장(57)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뒤 옥상으로 올라가 경찰과 16시간 대치 끝에 투신해 숨졌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