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의 수출중단 조치에 대해 “가해자가 경제적 우위를 이용해 보복을 가하는 것”이라며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의 반일정서 탓으로 돌리는 국내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9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식당에서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한 마디로 적반하장”이라며 “아베 정권은 정치적 이유로 인류 보편 상식도 국제적 규범도 무시하고 가해자가 경제적 우위에 있음을 이용해 보복을 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 시장은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청구권이 소멸됐으므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가 간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제가 정신대 문제는 중대한 인권 침해이고 이는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연구해서 증명한 적이 있다. 중대한 인권 침해로 인한 개인의 청구권은 결코 국가가 대신 포기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일본은 과거를 국내 정치에 악용해서 양국을 분열시키고 (한·일) 국민을 이렇게 대결시키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로써 정말 무책임하고 그야말로 반인륜적인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국내 일부 정치권을 향해서도 “일본과 놀라울 만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경제보복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고 있다”며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무엇을 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대한민국 국민보다 일본 정부의 편에 서 있었다”면서 “그래놓고 이제 와서 우리 정부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고 ‘어린애 같은 자존심’의 발로인 반일정서에 의존하려고만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전면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피해접수창구를 운영하고 일본 의존도가 높은 업종과 기업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해 긴급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가 가진 모든 수단과 행정력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취약점이 다 드러났다. 원천기술이나 부품 등에 있어서 우리가 좀 더 자립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단기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고난을 겪어야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제2의 경제혁명,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