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축소, 고교서열화 완화할까 강남 8학군 부활시킬까

입력 2019-07-09 17:45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 탈락율 61.5%(13곳 중 8곳)는 서울 외 지역 27.2%(11곳 중 3곳)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서울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에 유독 자사고가 밀집해 있어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사교육 저연령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고한 대학서열 체제 탓에 입시 경쟁의 총량은 그대로다. 단순히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는 이른바 ‘8학군 부활’ 등 다른 부작용을 낳을 뿐이란 지적이 만만치 않다.

서울 외 지역은 입시명문으로 분류되는 자사고가 한두곳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반고 전환에 대한 지역민 반발도 거센 편이다. 그러나 서울 지역은 다르다. 이명박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자사고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전국 42개 자사고 가운데 34곳이 이명박정부 때(2009~2010년) 만들어졌고 34곳 중 22곳이 서울에 몰려 있다. 자사고가 대폭 증가하면서 영재학교·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일반고 순으로 고교 서열 체제가 심화됐다. 서울 지역 고교생 10명 중 7명이 일반고를 다니고 1명이 특목·자사고를 다니며 2명은 특성화고를 다닌다.

자사고에 비판적인 진보교육계에선 서울 지역 자사고 상당수가 ‘등록금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자사고 학비는 일반고의 3배다. 3배 많은 등록금을 받아 이를 교육프로그램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인식이다. 이번 평가 대상 13개 자사고 가운데 경쟁률 1대 1 미만인 학교가 2018학년도 6곳, 2019학년도 4곳이었다. 비용대비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는 학부모, 학생의 평가가 경쟁률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자사고는 등록금 3배를 받아 잇속을 챙기고 실제 대학 입시는 학원에서 준비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의 한 자사고는 재수생 비율이 70%가 넘는다. 이런 시스템이 맞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이런 서열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일반고 살리기나 사교육비 경감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로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학생·학부모 고통을 가중시킨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입시 정책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 탓에 번번이 실패해 왔다. 자사고 폐지 정책이 강남3구 및 양천구 등 교육특구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교육 당국은 제대로 답을 못하고 있다. 이번 재지정 평가 전에는 자사고 22곳 중 31.8%인 7곳이 교육특구(서초·강남·양천구)에 있었다. 8곳이 탈락하면서 남은 자사고 14곳 가운데 42.9%인 6곳이 교육특구에 자리하게 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우수 일반고, 우수 자사고가 강남 서초 양천구에 집중 배치돼 교육특구 지위가 공고해져 이 지역 선호현상이 불가피해지고 비교육특구 학부모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며 “자사고가 없는 비교육특구 학부모 학생들은 (강남 지역은 비싼 주거비 등으로 진입 장벽이 있으니) 노원구 등 준교육특구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른바 ‘풍선효과’로 이번에 살아남은 자사고들의 인기가 치솟고 이런 흐름 속에서 사교육 저연령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험생에게 가해지는 입시 경쟁의 압력이 그대로이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사회적 갈등만 빚을 것이란 얘기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