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민경욱에 일침…“정치의 격 높여달라”

입력 2019-07-09 17:35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9일 ‘생방송 대결’을 제안한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향해 “바른다스림으로 정치의 격을 높여달라”고 일침했다.

고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최소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정치(正治), 즉 바른 다스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대변인은 “예전에는 회사 후배였는지 모르나 지금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한 시간도 아까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다시 시작된 북·미 간 대화 등 살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함은 청와대 대변인 본연의 임무다. 정치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의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대변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고 대변인은 “G20 첫째날 대통령은 새벽 1시 반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민 대변인이 말씀하신 1호기자, 즉 함께 동행한 청와대 기자들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노트북을 닫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당일 풀기사 및 보도자료만 9개, 대변인 브리핑문만 4개일 정도로 기자들에게도 강행군이었다. 이 자료들을 한 번이라도 보셨느냐”며 “부디 상식선에서 비판하시길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은 민 대변인을 향해 마이크의 위력도 언급했다. 고 대변인은 “마이크 앞에 서 보신 분이기에 마이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이 든다. 마이크는 칼과 같아서 잘 쓰면 모두를 이롭게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를 해치게 된다”며 “부디 바른 다스림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격을 높여주시기 바란다. 그것만이 정치 영역에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의 글은 민 대변인의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어차피 서로 말하는 게 직업이고 싸움은 먼저 걸었으니까 시시하게 혼자 라디오 방송 전화 연결해서 준비한 원고 읽다가 말도 안되는 소리 더듬거리지 말고 TV 생방송에서 한 판 시원하게 붙자”고 제안했다. 이어 “서로 준비를 해야 할 테니까 오늘 중으로 답을 주시게”라며 “아무리 후배라도 이렇게 쉽게 얘기하면 안 되겠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세션에 불참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언급하며 “이른바 오사카의 문재인 행방불명 사건 동영상이 온라인 공간을 달구고 있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고 대변인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황당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거짓 정보들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일례로 “영상을 올린 사람이 ‘48시간 풀 영상을 찾아봤다’고 했는데, 개최국이 전체 영상을 다 공개하지 않는다. 풀 영상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면서 “영상에는 1세션인 ‘디지털 경제 토론’에 문 대통령이 불참했다고 나왔는데, 문 대통령은 1세션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문 대통령의 연설도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 대변인은 팩트를 생명으로 생각하는 기자 출신이지 않나. 한 번이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려 시도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실관계를 확인을 해보셨는데도 그렇게 말씀을 하신 거라면 의도가 뭔지 궁금하고, 팩트를 확인하지 않은 거라면 청와대 대변인까지 하셨는데 어떻게 기사를 쓰고 어떻게 브리핑을 하셨는지가 궁금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 대변인은 “기사 잘 썼다”며 기자 시절 수상 내역을 열거했다. 그는 고 대변인을 향해 “대통령과 국민 간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 기자 브리핑은 오늘 방송 인터뷰보다 잘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영상이 온 국민에게 던진 아픈 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까 몇 마디 거든 애먼 나를 걸고 넘어졌다”며 “영상을 다시 한번 잘 보고 반박할 게 있으면 그 영상에 대고 목이 쉬도록 외쳐보라. 그러나 최소한의 논리는 갖춰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