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을 숨겼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윤 국장이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해당 변호사와 윤 후보자도 뒤따라 “윤 국장이 소개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윤 후보자의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이나 위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윤 후보자가 7년 전 언론을 상대로는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해명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윤 후보자가 처음부터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자와 윤 국장 간 ‘의리’가 과도하다는 시선도 있다.
윤 국장은 9일 “윤 후보자가 ‘주간동아’에 그렇게 인터뷰했다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윤 국장은 “(형에게 소개된) 이남석 변호사는 내가 중앙수사부 과장일 때 수사팀 직속 부하였다. 소개는 내가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새벽 윤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에서는 윤 후보자가 2012년 12월 주간동아 기자에게 “내가 이 변호사에게 ‘네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윤 국장의 형)을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고 말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이는 윤 후보자가 ‘변호사 소개’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던 것과 상반된 내용이었다. 윤 후보자는 거짓말을 지적하는 청문위원들에게 “이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아 사건에 관여한 건 아니다” “기자에게 ‘팩트’대로 이야기 안 했을 가능성도 많다”고 해명했다.
윤 국장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이 변호사를 소개한 이가 왜 나라고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검찰 청문회 준비팀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국장이 언론에 입장을 전달한 시각은 청문회 산회 6시간 후인 9일 오전 8시쯤이다. 이어 이 변호사가 정오 무렵 같은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윤 후보자 측도 오후 5시쯤 입장문을 내고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후보자가 아니라 윤 국장”이라고 했다.
검찰은 변호사를 소개한 당사자가 윤 국장인 만큼 윤 후보자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국장의 변호사 소개는 ‘친족 예외’로서 법 위반이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기억의 오류는 있겠지만 애초 후보자 본인이 증인이 아니므로 위증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녹음 파일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후보자가 오히려 (이 변호사가) 선임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 측은 반대로 7년 전 발언에 대해서는 “과장됐거나, 모두 팩트인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더러 “대진이(윤 국장)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윤우진 서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말한 내용 등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세무서장이 윤 국장의 형인데 말이 되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자 측은 입장문에서 “윤 국장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없도록 하려고 기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했다”고 인정했다.
윤 후보자는 이날 휴가를 내고 ‘부동시’ 진단서를 발급받아 국회에 제출했다. 당당한 이미지의 윤 후보자였던 만큼 청문회에서의 모습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차장급 검사는 “‘소개는 했지만 선임은 안 됐다’는 식으로 처음부터 명확히 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모든 일이 윤 국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인데, 사적 인연이 판단의 근거였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