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나고가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점수 70점을 넘겨 자사고 지위를 이어가게 됐다. 교육청 평가 항목 중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고는 9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서 동성 중동 한가람 이화여고와 더불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5곳에 포함됐다. 하나고는 교육청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사항이 여러 건이어서 발표 전에는 탈락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학교는 기관주의 1건, 기관경고 3건, 교직원 징계 16건, 교직원 주의와 경고 각각 15건과 17건을 받았다.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언급한 ‘감사 지적 항목에서 12점이 감점됐지만 지정 취소되지 않은 학교’가 하나고다.
그렇지만 하나고는 재지정을 받는데 성공했다.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택으로 분석된다. 박 국장은 “교육청 감사 결과를 반영했지만, 이번 재지정 여부에는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하나고가)학교 운영 및 교육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학교별 지적 사례 중 하나의 경미한 위반 사안에 여러 교직원이 관련된 경우, 평가위원들의 합의를 거쳐 1건으로 처리한 것도 하나고가 감점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하나고가 강남·서초·양천구 등 교육특구가 아닌 은평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재지정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있다. 서울 내에서 이른바 교육특구와 비교육특구간 학력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기존 서울 22개 자사고 중 강남 서초 양천 강서구에 위치한 학교는 7곳이었다. 하지만 이번 평가 후 전체 14개교 중 6곳이 이른 바 교육특구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인데다 매년 50~60명을 서울대에 진학시키는 하나고 측의 반발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전국단위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점수 80점에서 단 0.39점이 모자랐다는 이유로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졌고, 학부모·학교 측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토론·발표식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 덕택”이라고 말한다. 하나고 2학년생 최제환(17)군은 “우리 학교의 감점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재지정이 될 것 같다는 확신에 큰 긴장 없이 평소처럼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