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국제여론전에 돌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본격적인 ‘반격’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정부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긴급 의제로 상정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현장(제네바)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했다”며 “회의가 열리면 우리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지아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통상 공사나 참사관급이 참석하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백 대사가 직접 발언에 나서는 것은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백 대사의 문제 제기 후에는 일본 측 대표의 반박도 예상되기 때문에 한·일 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회의는 개의한 상태지만, 추가 안건으로 올린 관계로 우리 입장 발표는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1시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23∼24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WTO는 만장일치제여서 합의된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 환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자 경제현안을 담당하는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국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김 국장은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도 만나 양국 관심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김 국장의 방미는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경제뿐 아니라 연관된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김 국장의 방미와 다음 주로 예상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방문 등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펼칠 국제여론전에서 미국의 지지를 얻는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