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딜레마… 상반기 경기 떠받치려 예산 끌어다 썼는데 하반기도 불안

입력 2019-07-09 17:17 수정 2019-07-09 17:19

대외 여건 악화 경기 회복 시기 지연
정부 5월까지 예산의 ‘절반’ 사용해
하반기에도 재정 수요 커질 가능성
6조7000억 추경, 공공기관 투자 총동원

정부가 올해 5월까지 총 470조원의 예산 중 ‘절반’을 썼다. 과거에 비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상반기에 경기가 가라앉자 나랏돈을 서둘러 집행한 결과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재정을 과감하게 풀어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하반기에도 ‘돈’을 많이 써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돈을 당겨 쓰는 바람에 연말 상황이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추가 ‘돈 주머니’인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 공공기관 투자 확대 등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5월 정부의 총 지출은 235조원이다. 총 예산(469조6000억원)의 50%를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지출 규모가 29조6000억원 증가했다. 배경에는 조기 집행이 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를 찍자 재정을 집중 투입했다.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으로 민간의 성장동력이 식자 정부의 공격적 지출로 추락하는 경기를 방어한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중앙재정은 전체의 53.0%, 지방재정은 전체의 44.4%가 집행됐다.

문제는 하반기다. 정부가 예산의 조기 집행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상저하고’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 회복 등을 예측했다. 이에 상반기 가라앉는 경기를 재정이 떠받치고, 하반기에는 재정 투입으로 생긴 기반과 경기 회복이 겹치면서 상황이 좋아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재정 역할이 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반기에 돈을 끌어다 써 하반기 ‘곳간’은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추경을 바라본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추가로 6조7000억원의 ’비상금’을 확보하게 된다. 추경에는 예산 조기 집행을 고려한 사업들이 포진해 있다. 정부는 고용시장이 악화되자 올해 초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했다. 과거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일찍 시작된 곳도 있다. 이렇게 되면 9개월짜리 노인 일자리 사업은 연말이 오기 전에 끝난다. 이를 감안해 추경에서 1008억원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를 2개월 연장하고, 인원을 3만명 늘릴 계획이다.

또 정부는 공공기관에 손을 벌릴 생각이다. 정부는 예산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투자도 조기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2020년 이후 투자 계획도 올해 하반기로 당겨서 1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 여건 악화는 정부에 부담이다. 올해 1~5월 총 지출은 전년 대비 29조6000억원 늘어난 반면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7000억원 줄었다. ‘세수 호황’은 끝나가는데 조기 집행으로 지출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일시적으로 19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하반기에 국세 수입이 늘어나고, 지출 규모가 감소하면서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 전망치는 6조5000억원 흑자다. 다만 하반기에도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나쁘고 지출은 계속 커지면 재정건전성 지표가 당초 계획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