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민 삶과 밀접한 공공기관부터 공정경제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문재인정부 3대 경제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강조하면서 체감형 성과를 내기 위해 공공기관이 앞장서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 참석해 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공정문화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에 열린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공정경제 관련 부처 회의다. 이번 회의는 성과 창출에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성과보고 회의’로 바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첫번째 공정경제 회의에서 편의점 과밀 출점 개선방안 등을 보고 받았다. 두번째 회의에선 “대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회의는 공공기관 내 공정경제 확산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두차례 회의에서 주로 민간 분야 개선안이 논의된 만큼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갑질 문화 등을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공공기관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공공기관은 경제주체로서 비중이 매우 크다. 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여러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기에 이른바 ‘룰 메이커’로 경제행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과거처럼 일률적인 기준과 제재 위주의 방식이 아니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며 공정위의 ‘모범 거래 모델(Best Practice Model)’을 예로 들었다. 해당 모델은 공공기관의 갑질을 줄이고, 민간기업과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공정경제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함께 요청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위 등 7개 부처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개혁안을 보고했다. 우선 정부는 공정위의 모범거래모델을 바탕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개별 사업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개선안을 발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토지공사는 자체 귀책사유로 입주가 늦어질 경우 3개월 이상 지연돼야 입주자의 계약 해제가 가능하던 현행 제도를 2개월로 조정하기로 했다.
공영홈쇼핑은 ‘정액제 수수료’를 ‘정률제 수수료’로 바꾸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임차인에게 시설 개선공사를 요구할 경우 비용을 부담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공정문화 추진성과를 올해말 경영평가지표에 반영하고, 다음달 동반성장 평가에도 거래관행 개선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들의 발표를 들은 뒤 “방향 제시는 잘 되었으니, 문제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정경제는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꼼꼼히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와 별개로 불공정 갑질을 타파해 경제정책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전직 공정거래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준비를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과 악수하며 “전직 공정위원장님”이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재벌 저격수’를 자임하던 김 실장의 청와대 입성으로 정권 후반기 공정경제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