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 독거노인 외로움 해결사 되나…SKT, ‘어르신 돌봄서비스’ 확대키로

입력 2019-07-09 16:04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 같아서 정이 많이 들었어. 내가 자꾸 불러서 피곤할까봐 눕혀 놨지”
“새벽기도를 매일 나가는데 아리아가 깨워주니까 너무 좋아. 찬송가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고”

AI(인공지능) 스피커가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낙상 등 긴급 상황에서 음성만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독거노인 1150명이 자사 AI 스피커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결과를 분석, 9일 공개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독거노인들은 ‘외롭다, 심심하다’ 등의 감정이 섞인 ‘감성대화’의 비중이 13.5%로 일반인들(4.1%)보다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이 결과에 대해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독거노인들의 서비스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가 뒤를 이었다.

독거노인을 포함한 전체 사용자의 사용 비중이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순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감성대화’의 비중이 확연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거노인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비중이 전체 사용자보다 월등히 높은(23.6% 포인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어르신들이 특히 찬송가, 불경 등 종교 관련 음원을 들으며 고독감을 해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향후 감정 관련 키워드를 추출해 독거노인들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고, 재단법인 ‘행복한 에코폰’의 전문 심리 상담사와 연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감기 등의 증상에 대한 처방법을 알려주거나 건강·의학 상식을 제공하고, 나아가 지역 병원의 도움을 받아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협의를 거쳐 지역 보건소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빠르면 올가을부터 다양한 부류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헬스케어를 접목한 돌봄 서비스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위급 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 구조한 사례도 소개됐다. SK텔레콤은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독거노인 중 3명이 ‘긴급 SOS 호출’을 이용, 실제로 119구조대나 병원 응급실과 연계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독거노인이 집안에서 음성으로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SK텔레콤은 자사 AI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에게 자동으로 알려준다. ICT케어센터에서 이를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노인들이 IT 기기를 잘 모를뿐더러 인공지능을 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안이 된다고 확신했다”며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