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핵심 청정설비 교체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확 줄인다

입력 2019-07-09 15:58 수정 2019-07-09 20:08
충남 당진에 위치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새로 설치된 소결 배가스 설비 전경. 현대제철

철광석이라고 하면 보통은 불규칙한 형태의 덩어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9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실제로 마주한 철광석은 예상과 달랐다. 비산 먼지 등 환경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현대제철이 세계 최초로 만든 돔형 원료시설 안의 철광석은 흙처럼 작은 입자였다.

철강석을 고로에 집어넣어 쇳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을 가해 녹인 다음 일정 크기의 결정체로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결정들 틈으로 열을 통과시켜야 쇳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소결(sinter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연기, 먼지와 함께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한다. 이들은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이다. 소결공장은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곳이다.

당진제철소에서 신규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인 소결로 배가스 처리장치(SGTS)가 1소결과 2소결에서 본격 가동되면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3소결까지 SGTS가 정상 가동되는 2021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지난해 기준 2만3292t에서 절반 이하인 1만t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현대제철은 보고 있다. 이는 2020년 배출허용기준(충남도 조례기준) 대비 40% 수준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변화. 자료: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소결공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2017년 약 4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인 탄소 선택적 촉매 환원장치(CSCR)의 성능 저하가 계속되면서 이 같은 결정을 하고 21개월간의 설치공사를 거쳐 신규설비를 완공한 것이다.

새롭게 가동되고 있는 SGTS는 촉매를 활용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중탄산나트륨을 투입해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설비다. 150m에 달하는 소결로 굴뚝 52m 높이 지점에 설치된 측정소에서는 오염물질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고 자체관리시스템을 통해 제철소 내 환경상황실로 전송된다.

당진제철소 소결 배가스 청정설비 통합 운전실에서 현대제철 관계자가 SGT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환경상황실에선 담당자들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먼지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의 현재 배출허용기준은 현재 각각 200ppm이지만 이날 1, 2소결의 수치는 황산화물의 경우 23~28ppm, 질소산화물은 27~34ppm 사이를 오갔다. 환경상황실에 수집된 데이터는 환경부를 비롯해 충남도, 당진시 등 행정기관과도 실시간 공유하게 된다.

최근 철강업계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과 관련해 제철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브리더를 개방해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며 충남도는 지난달 현대제철에 열흘 간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경북도는 포스코에 열흘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브리더란 내부 폭발 방지를 위해 제철소 굴뚝에 설치된 안전장치를 말한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맨 오른쪽)이 9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그러나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조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행심위는 “제철소 공정 특성상 조업이 중단되는 경우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긴급하다”며 조업 정지를 닷새 앞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나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브리더 등 환경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현행 기술이 허락한 모든 기술을 적용해 설비를 개발하고 신뢰를 얻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진=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