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에 올 때 이런 자리까지 올지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별들의 전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 선발로 등판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 류현진(LA 다저스)이 담담하면서도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펼쳐질 2019 MLB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해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 선수의 올스타전 출전은 박찬호(2001년), 김병현(2002년), 추신수(2018년)에 이어 네 번째, 선발투수 출전은 최초다.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노모 히데오(1995년)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류현진은 9일 클리블랜드의 헌팅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MLB 올스타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영광스럽단 소감을 밝혔다. 스타선수들이 즐비한 MLB에서도 단 2명에게만 허용된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돼서다. 그는 “올스타전 같은 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며 “한국에서도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좋은 날인 건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미국에 올 때 이런 자리까지 올지 상상하지 못했다”며 “미국에 그저 야구를 하고 싶어 온 것인데 굉장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류현진과 함께 내셔널리그 대표로 참석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2015년 어깨 수술을 받고도 꾸준한 노력으로 재기해 올 시즌 압도적 피칭을 선보인 류현진을 ‘최고의 투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류현진은 꾸준함의 본보기”라며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이기에 선발 결정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부상을 극복하고 돌아와 지금의 성적을 거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올 시즌 전반기를 10승 2패 평균자책점 1.73이란 압도적 성적으로 마감해 평균자책점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아메리칸리그 선발 벌랜더는 10승 4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올스타전에서 1이닝만 소화할 예정인 류현진의 뒤를 이어 등판할 선수들 면면도 화려하다. 클레이턴 커쇼(다저스),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이 2, 3번째로 등판할 것으로 예고됐다.
미국 현지 분위기는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로 고조되고 있다. 올스타전 전야제로 열린 홈런 더비가 신기록을 줄줄이 쏟아내며 역대급 재미를 선사해서다.
그 중심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있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1라운드에서 29홈런, 2라운드 40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홈런 더비 단일 라운드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는 괴력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작 피더슨(다저스)과 맞붙은 2라운드에선 3차 타이 브레이커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며 MLB 홈런더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피더슨은 2015년 홈런 더비 준우승 이후 4년 만에 참가해 우승을 노렸지만 39개의 홈런을 때려내고도 게레로의 괴력에 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게레로는 결승에서도 홈런 22개를 추가해 총 9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결국 우승은 도합 57홈런을 기록한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에게 돌아갔다. 1라운드 14개, 2라운드 20개의 홈런만으로 손쉽게 결승에 올라온 알론소는 비축한 힘을 결승에 집중시키며 2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