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영구임대아파트가 청년 주거문제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사회통합형 도시재생 사업에 따른 것이다.
광주시도시재생공동체센터는 “8일 광산구 송광종합사회복지관 2층 한사랑방에서 ‘우산빛 여울채 공동체 재생 시범사업’ 청년주거 2호점 개소식을 가졌다”고 9일 밝혔다.
우산빛여울채로 이름을 바꾼 옛 하남시영 영구임대아파트의 늘어난 공실과 장기화되는 청년들의 주거난, 고령자가 대부분인 아파트 입주민들의 삶의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우산빛여울채에 입주하는 청년들은 체육활동과 가족사진 촬영 등 각자가 원하는 분야의 ‘재능기부’를 통해 침체된 단지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단절된 주민간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직·간접적 도움도 주게 된다.
입주 청년들은 대신 보증금과 리모델링 비용,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 전자제품을 제공받는다. 월 10만원의 저렴한 임대비용에 주거를 해결하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비좁고 낡아 입주를 꺼리는 영구임대아파트를 재단장해 이웃들과 공생하려는 청년 활동가들의 주거공간을 만들어 주면 신구세대가 상생·공존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도시공사의 면접과 사회보장시스템에 의한 소득·재산 검증절차를 거쳐 지난 8일 2호점에 입주한 김모(37)씨의 경우 프리렌서 사진작가다. 사진 관련 강의도 하는 김씨는 최근 모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몽골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씨는 노인과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 많은 우산빛여울채 단지에서 앞으로 사진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주거부담을 덜게 된 데 대한 일종의 사회적 재능기부다.
시는 세대상생형 도시재생을 뿌리내기기 위해 지난 1월 민·관 16개 단체로 T/F를 구성했다. 참여단체들은 자발적인 실무·자문회의를 잇따라 갖고 주거지원형·활동지원형·창업지원형으로 나눠 만 19세~39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참여단체는 도시공사와 투게더 광산나눔재단, 광주청년센터, 도시재생공동체센터 등이다.
시는 옛 하남시영아파트에서 향후 12호점까지 청년 입주를 늘리고 반응이 좋을 경우 다른 영구임대아파트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입주청년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고 창업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청년주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옛 하남시영아파트는 24∼26㎡(7평) 총 1500여세대 규모로 지은 지 30년이 넘어 현재 140여세대가 비어 있다. 안평환 광주광역시도시재생공동체센터 대표는 “공실이 늘어난 영구임대 아파트를 활용해 청년 주거난을 덜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