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노조 첫 단협…배달 건당 3500원 ‘안전배달료’

입력 2019-07-09 17:37


배달대행업체와 배달원 사이 첫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배달 노동자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은 9일 배달대행업체 ‘배달은형제들’과 서울 강서구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회의실에서 단체협약 조인식을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5월 출범한 국내 첫 배달노동자 노조로 100여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서지역 배달대행업체인 배달은형제들은 현재 약 20명의 배달원이 소속된 신생업체다. 대형 배달업체의 일방적 대행료 삭감 등 부당한 조치에 반발했다가 해고당한 이들이 만든 회사로, 박명은 대표가 직접 기사로 일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한 단협에는 배달 건당 3500원의 안전배달료를 배달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달 거리가 기준(500m)보다 멀거나 폭염, 비, 추위 등 악천후가 있을 때는 추가 요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다.

안전배달료는 배달 업체 간 경쟁 속에 배달료가 2000원 중반 이하로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사측 대표인 박 대표는 “배달을 의뢰하는 상점에서는 배달료가 100원이라도 싼 곳에 가지 누가 배달료 비싼 곳과 계약하느냐고 한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로 증명하겠다. 기사님들을 위한 배달업체가 죽지 않고 성공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번 단협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가 배달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때 노조 측 위원이 참여하는 징계위원회를 정식으로 개최하는 데도 합의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단체협상 소식을 듣고 다른 지역의 배달대행 직원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에 작은 희망을 배달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과 배달은형제들은 이날 “단가인하 경쟁을 중단하고 안전배달료로 지속가능한 배달산업을 만들자”는 노사 공동 호소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지금 배달산업 구조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면서 “배달산업은 규제가 많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규제가 없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상생의 규칙을 만들어가는데 국가와 배달대행업체, 배달 플랫폼, 음식가게 사장님, 국민들이 함께 해주시길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