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회의를 앞두고 삭감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용자단체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기준인 8350원에서 깎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앞서 경영계는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4.2%로 제시했다. 사용자단체들은 “지난 2년간 과도하게 인상돼 어느 정도 흡수하지 않고선 앞으로 갈 수 없다. 소상공인 등도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공익위원들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공식 추정자료를 제시하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상황, 국제경쟁력 영향 비교 등 판단할 수 있는 실체적 근거를 제시하라”며 “최저임금 최대치는 통상 중위임금 60%로 이해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절대액 등 모든 면에서 부담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답에서 최저임금 삭감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에 관해서는 “학문적으로는 그렇지만 최근 2년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고용의 양과 질이 나빠진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고용 문제가 안정되면 내수에 우려할 일은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9.8% 인상)을, 경영계는 8000원(4.2% 삭감)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은 경영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삭감 요구에 반발해 이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입장문에서 “(사용자위원들은)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수정안을 우선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위원 전원은 오늘 예정된 제10차 전원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위원들은 “지금 경제가 국가 부도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님에도 물가 인상과 경제 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고 최저임금제도의 부정”이라며 “사용자위원들이 최소한의 상식을 갖춰 대화의 장에 들어온다면 우리 노동자위원들은 성실하게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제10차 전원회의에는 노동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적어도 7월 11일까지는 2020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위원장으로서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사용자위원 8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석했다. 사용자위원 가운데 불참을 계속해온 소상공인 대표 2명도 복귀했다.
앞서 사용자위원들도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 부결 등에 반발해 지난 2일 제7차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한 바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 차례씩 최저임금위원회를 파행으로 몬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오는 10일과 11일에도 예정돼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남은 회의에서 집중적인 심의를 벌여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의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이후 최종 고시를 앞두고 이의 제기 절차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오는 15일까지는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