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소속 다저스 감독 “우승해도 트럼프는 안봐”

입력 2019-07-09 13:17 수정 2019-07-09 14:33

류현진의 소속팀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8일(현지시간)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더라도 백악관의 초대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우승팀은 백악관을 방문하는 전통이 있다.

LA타임스는 9일(한국시간) 로버츠 감독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냐’는 질문에 완곡한 거부의 뜻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로버츠 감독은 “먼저 우리가 우승을 해야한다”면서도 “다만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경기하러 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LA다저스는 올해 전반기에만 60승 32패 승률 0.652를 기록하며 압도적 성적을 거두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승률 1위다. 전반기 내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놓치지 않아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LA타임스는 “로버츠 감독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초대를 당당히 거절하는 상황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우승팀 관계자들이 그의 인종차별성 발언을 문제 삼아 백악관 방문을 거부하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었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우에도 엘릭스 코라 감독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무키 베츠 등 유색인종 선수들 대다수가 지난 5월 백악관 방문을 거부하며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미국의 우승으로 이끈 주장 메건 라피노(34)는 이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이자 반(反)트럼프 인사로 유명한 그는 최근 한 축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우승하면 백악관 초청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빌어먹을 백악관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라피노는 말하기 전에 우승부터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라피노를 향해 “나라에 대한 존중감부터 가져라. 우승 여부를 떠나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라피노는 동료 선수들의 백악관 방문을 말리겠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