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고가의 치료를 받으려 건강보험에 잠시 가입했다가 치료만 받고 출국하는 이른바 ‘먹튀’ 행위를 막기 위해 가입자격 기준을 강화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에 6개월 넘게 체류하는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직장가입자를 제외한 외국인의 경우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 지역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는 요건도 최소 체류기간이 3개월이었다.
문제는 이 조항을 악용한 외국인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3개월이 지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가입한 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싼 치료를 받고 치료가 끝나면 곧바로 출국해버리는 행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진료비가 많이 나온 외국인 환자 100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낸 건보료는 4억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들에게 지출된 건보료는 224억8000만원이었다.
지역가입자로 새로 편입되는 외국인은 매달 최소 11만305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소득, 재산 등에 따라 건보료를 책정하되 산정된 금액이 전년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다 적으면 평균 이상의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건보료를 체납한 외국인은 체납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가 제한된다. 이 기간에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의료비 전액을 본인이 내야하는 셈이다.
복지부는 다만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선 2021년 2월까지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미뤄줬다.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학교를 통해 단체로 민간보험에 가입해 월 1만원 안팎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지역가입자가 되면 부담이 5배 넘게 뛰기 때문이다. 2021년 3월부터는 다른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소득과 재산 유무 등에 따라 건보료가 최대 50% 깎인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14만명 중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2만6000여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