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쪽이 부품·소재 무기화하면 글로벌 경제 위협”
국내 상장사 가운데 일본 주주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34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일본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1조8200억원 수준이다. 전자·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부품·소재 무기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정보분석업체인 한국CXO연구소는 9일 ‘국내 상장사 중 5% 이상 지분을 가진 일본주주 현황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1분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내 상장사 가운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일본법인 및 개인주주를 전수 조사했다.
국적이 일본인 법인 또는 개인주주가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16곳, 코스닥 상장사 18곳이었다. 34곳 가운데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5곳이고, 20% 이상~50% 미만 지분 보유 기업은 7곳이다. 10% 이상~20% 미만은 13곳, 10% 미만은 9곳이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이들의 주식평가액 가치는 1조8206억원이다. 지분 가치가 가장 큰 곳은 KT 지분 5.46%를 갖고 있는 일본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였다. 주식평가액은 4013억원이다. 이어 반도체용 흑연제품 생산산업체인 티씨케이의 최대주주 도카이카본(3058억원), SBI핀테크솔루션즈 최대주주인 SBI홀딩스(2857억원) 등이었다.
34개 기업의 업종은 주로 자동차·전자제품 부품업이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는 새론오토모티브, 에스엘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제품 부품 제조업체에는 모아텍과 마이크로컨텍솔 등이 포함됐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경신, 덴소코리아, 고요지코코리아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계 주주가 지분 50% 이상 확보한 업체들이다. 전자제품 부품 비상장사로는 히로세코리아, 한국경남태양유전, 한국태양유전 등이 포함됐다.
34곳 가운데 11곳은 일본 국적의 법인이나 개인이 최대주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 주주가 주인인 셈이다. 해당 기업은 새론오토모티브, 기신정기, SBI 핀테크솔루션즈, 에스텍, 티씨케이, 모아텍, 에스씨디, 삼아알미늄, 코리아에스이, 유니슨, 대동전자 등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전자와 자동차 분야 등은 많은 부품과 소재를 필요로 한다. 두 나라 중 어느 한쪽이 특정 부품과 소재 등을 무기로 삼으면 두 나라의 해당 산업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빨간 신호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