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이 수수하거나 소지한 마약 자체는 추징보전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불법 수익’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피고인 심모(31)씨가 가진 마약에 대해 추진보전명령을 내려달라는 검찰의 재항고 사건에서 검찰의 요청을 기각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씨를 상대로 대마 판매액 400만원과 심씨가 가지고 있던 마약의 가액(4600여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추징보전명령은 피고인이 범죄로 얻은 재산을 재판 확정 전에 양도·매매 등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마약 그 자체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마약거래방지법)에서 정한 불법수익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마약거래방지법 제13조는 몰수 대상에 해당하는 재산으로 ‘불법수익’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규정하고 있다.
1심은 “불법수익이 발생한 사실이 소명된 부분은 대마를 판매하고 받은 400만원 부분에 한정된다”며 “대마에 대한 가액 4600여만원은 검찰이 근거규정으로 적시한 마약거래방지법에 따라 추징보전 대상이 되는 불법수익이나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도 “피고인이 수수, 소지했다는 대마 그 자체는 마약거래방지법에서 정한 몰수 대상이 될 수 없어 가액에 대한 추징보전청구도 할 수 없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마약거래방지법은 마약류관리법 등 그밖의 법령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 재산에 대해서 몰수보전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추징보전명령은 마약거래방지법에 따라 추징해야 할 경우로 한정했다”며 “원심이 검찰의 추징보전청구 중 대마 자체의 가액에 해당하는 부분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마약류 자체를 몰수 추징할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마약거래방지법에 그에 대한 추징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