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A씨(30)가 8일 목숨이 위험해질까 봐 두려워 폭력을 견뎌야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날 베트남 온라인 매체 ‘징’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맞을 때마다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이 옛날에 권투를 연습했다. 나를 마치 샌드백 치듯 때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이 시킨 것을 못 알아듣고 다른 것을 가져갔다가 맞기 시작했다. 갈비뼈와 손가락이 부러졌다”면서 “이번에는 (폭행이) 너무 심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 속 폭행 장면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한다.
A씨는 또 이번 일로 두 살배기 아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 친구들도 남편에게 많이 맞았지만 한국말이 서툴고 경찰 역시 한국인 편이라고 우려해 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저도 증거가 없어 신고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과거 한국에 체류하던 중 남편 B씨(36)를 만나 교제했고, 아들을 임신한 뒤 2016년 4월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낙태를 강요하는 B씨를 피해 귀국한 거였다. A씨는 현지에서 홀로 출산하고 2년간 아들을 키워왔다.
A씨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지난달. 앞서 3월 “아이를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다”는 B씨의 연락을 받았고, 한 달 뒤에는 B씨가 베트남으로 가 친자확인까지 했다. 베트남에서도 폭행이 있었지만 혼인신고까지 완료했던 A씨는 “더는 때리지 않겠다”는 남편의 약속을 믿고 한국에 들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모자는 지난달 16일부터 전남 영암군 한 원룸에서 B씨와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함께 살게 된 지 9일 만인 지난달 25일 B씨는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만나고 오면서 A씨에게 “왜 (시댁에서) 감자를 챙겨오지 않았느냐. (평소)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며 때렸다고 한다.
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영암군 거주지에서 A씨를 주먹,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특수상해)로 구속됐다. 폭행 당시 아들도 곁에 있었던 점이 고려돼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현재 갈비뼈 골절 등으로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B씨는 구속되기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가정을 꾸려 잘살아 보려 했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는 취재진에게 “베트남에 있던 아내가 영상통화로는 한국말을 곧잘 했는데 입국한 뒤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했다. 갑자기 말이 안 통하니까 (폭행했다)”고 변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