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이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이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우편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잇단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가 한발씩 양보해 파국을 막아 향후 노정(勞政)·노사(勞使) 관계에 긍정적인 모델이 될 전망이다.
한국노총 소속 우정노조는 8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우정노조는 앞서 오전 서울 여의도 노동회관에서 각 지방본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집행부회의를 열어 총파업 철회를 최종 확정했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정부도 앞으로 집배원 과로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며 “한편으로는 파업을 했을 경우 국민에게 드리는 불편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정부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파업을 예고했던 것은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요구대로 100%의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현장에 복귀해 보편적 우편서비스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합의안에는 토요 업무를 대신할 위탁 택배원 750명을 포함한 집배인력 988명 증원, 내년 1월부터 농어촌 지역부터 주5일제 시행, 우체국예금 수익을 국고로 귀속시키지 않고 우편사업에 쓰도록 하는 방안 등 등이 담겼다.
당초 집배원들의 파업 의지는 강했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업무 과중 때문에 101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이에 지난달 25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총 2만8802명 중 94.38%인 2만7184명이 투표했고, 이 중 92.87%인 2만5247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후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는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해 1958년 우정노조 출범 이후 61년만에 첫 파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우정노조는 주5일제 즉각 실시, 토요 집배 전면 폐지, 집배 인력 2000명 증원 등을 요구한 반면 우본은 올해 말까지 주5일제 시행과 토요 집배 유지, 500명 증원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노조에 파업 돌입 재고 요청을 한데 이어 5일 최종 쟁의조정에서 우정사업본부가 750명 증원을 수정 제안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우정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지만 이튿날 파업 출정식을 취소하고 최종 파업 여부 결정을 집행부에 위임했다. 결국 노조와 우본은 계속된 물밑 협상 끝에 총파업 철회를 도출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인력 충원을 노조가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하면 모두 공멸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도부에서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받으려 하는 것 보다는 단계적으로 협상을 하자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 정부나 모두 할 만큼 했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노총 소속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우정노조의 파업 철회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집배노조가 독자적으로 파업에 나서기는 어렵다. 우정노조가 제1노조로 교섭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집배노조 조합원 수는 소수인 약 700여명에 불과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