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깊은 밤이 되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감춰져 있던 호텔이 화려한 조명을 켜고 떠돌이 영혼들을 초대한다. 13일 처음 방송되는 ‘호텔 델루나’(tvN)가 감각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극은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과 아름답지만 괴팍한 성격을 가진 호텔 델루나의 사장 장만월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다. 여진구와 이지은(아이유)이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이들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당긴 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전작 ‘나의 아저씨’(tvN)에서 이지안 역을 맡아 극에 대한 박수를 끌어냈던 이지은은 8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밝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던 와중 행운처럼 이 작품을 만났다. 지안이와 180도 다른 캐릭터라는 점에 매료가 됐다”고 했다. 여진구는 “전작인 ‘왕이 된 남자’가 끝난 후 변화의 감을 잃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를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였다. 구찬성이라는 인물과 호텔의 설정 같은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고 했다.
몇백 년을 산 영혼인 장만월과 잘난 체하지만 속은 연약한 호텔리어 구찬성이란 독특한 캐릭터 설정만큼 풀어내는 방법도 이채롭다. 이지은은 “처음에 캐릭터를 두고 감독님, 작가님들과 얘기를 나눴을 때도 해석이 각자 조금씩 다르더라. 그만큼 입체적인 인물”이라며 “아이유로 활동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평가받는 사람인만큼 그런 부분들을 연기에 활용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얌전하기도 하고 까불기도 하는 여러 모습이 존재하는데 다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전에 있던 모습들까지 종합선물세트로 넣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여진구는 “그동안 주로 성장하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번 역할은 다른 사람을 성장하게도 하고 치유하기도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부분을 열심히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최고의 사랑’(MBC·2011), ‘주군의 태양’(SBS·2013) 등 매 작품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던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가 썼다. 호텔 델루나는 주군의 태양 초기 기획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은 오충환 감독이 맡았다. ‘닥터스’(2016),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상 SBS·2017) 등에서 뛰어난 영상미와 섬세한 감정 연출을 뽐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름다운 영상미를 한가득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 PD는 여름을 겨냥한 호러와 달콤한 로맨스의 결합, 그리고 CG(컴퓨터그래픽)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타지 요소가 많은 드라마이다 보니 미술적 부분 등에 주력했다. CG팀이 굉장히 실력이 좋아 아름답고 예쁜 그림들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유령이라고 단순히 파란색이고 이런 식으로 가려고 하진 않았다. 유령의 톤이나 특징을 세세하게 잡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구조다. 무섭다가도 그들에게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톤을 맞췄다”고 했다.
캐스팅 비화도 함께 전했다. 오 PD는 “이지은씨에게만 호텔 델루나 시놉시스를 드렸다. 장만월이란 캐릭터를 두고 이지은씨가 아니면 하지 말자라는 얘기를 작가님들과 나눴을 정도”라며 “장만월은 화려해 보이지만, 쓸쓸하고 애잔한 면들도 함께 있는 캐릭터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지은 배우에게 그런 다채로운 느낌이 있어 제안했는데, 첫 촬영을 하고 나서 선택을 굉장을 잘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여진구에 대해서도 “이전부터 심성이 착하고 예의 바르다는 인상이 있었다. 구찬성이란 캐릭터도 겉으론 잘난 척을 많이 하지만 실제론 여리고 착한 인물”이라며 “진구씨가 그런 면이 있다. 좋은 사람이면서 밉지 않고 사람을 감화시키는 게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장만월과 구찬성 외에 감초 같은 조연들도 호텔 델루나의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신정근 배해선 표지훈(피오) 강미나 등 묵직하면서도 유쾌함까지 놓치지 않는 배우들이 호텔 델루나를 운영하는 직원들로 출연해 다채로운 색으로 극을 꾸밀 예정이다.
호텔 델루나가 최근 대작 ‘아스달 연대기'(tvN) 등 드라마들의 부진으로 침체한 tvN의 분위기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 파트2를 끝맺은 아스달 연대기는 호텔 델루나가 종영한 후 9월 7일 파트3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 PD는 “재미는 감히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뿐 아니라 공감과 힐링을 함께 담아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지은은 “재밌게 봐달라는 부탁을 드렸었는데, 그냥 정말 재밌다. 이 작품과 함께 시원하고 달콤한 여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