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권교체 땐 “외교정책 급변”… 北비핵화 물거품 되나

입력 2019-07-08 17:02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외교정책 대부분이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는 한반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북핵문제도 포함됐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경우 다른 분야보다 외교 분야에서 극심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유별나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동맹국과 도리어 적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다른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는 북핵 문제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한과 중국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판문점 회동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와 국익을 북한 김정은을 애지중지하는 데 할애했다”며 “세계에서 미국의 가치를 전복시키는 가장 위험한 방법의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북한도 김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비난한 바이든 부통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바이든으로 말하면 여성들에 대한 저속한 언행과 생각 없이 내뱉는 막말로 하여 미국사회에서는 물론 민주당 내에서까지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자”라며 “미국 내에서 그의 출마를 두고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는 조소와 함께 지나친 기대를 걸 필요가 없다는 평가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핵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자들이 큰 틀에서는 비슷한 입장인 가운데 오바마 시대의 핵협상(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다시 가입할 것인지, 아니면 연장 문제 협상을 먼저 할 것인가 정도의 차이만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또 “동맹국이든 적대국이든 많은 나라가 트럼프 시대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에 비해) '별난 사람'이었길 조용히 바라면서도 양쪽(공화당과 민주당)에 동시에 걸어두는 분위기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란은 2020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최대 압력’ 하에서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버틸 것으로 봤다. 반면 트럼프 정권 하에서 미국과 밀착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 중동 지역 외교관이 악시오스에 전했다.

다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트럼프 시대의 유물들이 이후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EFG) 회장은 “시계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며 트럼프 시대의 외교가 회복 불가의 영향을 남길 수 있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그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안심할 만한 신호를 보내고 이런저런 협약에 다시 동참한다 해도 상대방 입장에선 미국의 정책 연속성에 대한 의구심은 존재한다”며 “‘한번 일어난 일인데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 있는가’라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