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3~4년 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총선 출마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에게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윤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 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는 8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양 원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시인하자 야당에서는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후보자는 “양 원장을 만난 적은 있다. 올해 2월 정도에 본 것 같다”면서 “처음 만난 건 2015년 대구고검에 근무하던 시절, 가까운 선배가 주말에 서울에 올라오면 얼굴을 한번 보자고 해서 식사 장소에 갔더니 양 원장이 나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전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얘기했다. 2016년 고검 검사로 있을 때 공직 사퇴 기한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전까지 몇 차례 전화가 와서 다시 생각해볼 수 없느냐고 해서 ‘그런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윤대진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개입 문제도 청문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 의원 대부분이 질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골프도 몇 번 쳤고 식사도 했고 그런 사람이 그런 윤우진이 드디어 중앙지검에 의해서 경찰에 의해서 뇌물로 수사를 받는다. 수사를 받는데 압수수색영장이 6번 기각됐다”며 “윤우진의 친동생이 아니고 일반 그냥 세무서장이었으면 검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6번이나 기각하고 구속영장까지 기각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윤 후보자는 “의원님 중에 검사 출신도 많지만 사건 이야기는 나눠봐야 별 의미가 없다. 윤대진 검사와 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편할 수 있고, 깊이 있게 이야기한 적도 없다”며 “(수사라인에 부탁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재직 중에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한 이 변호사와 윤 전 세무서장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윤 후보자 임명이) 정치적 중립에 있어서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된다”며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발인식 영상을 틀었다. 변 검사는 이명박정부 때 국가정보원 댓글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던 중 투신했다. 변 검사는 윤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윤 후보자는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달 동안 앓아누울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충성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명확히 지키고, 그 어떤 외압도 막아내야 한다”며 “대통령이 본인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서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 임명되는 순간 잊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적격성보다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서울지검장으로서 활약한 내용을 보면 본인을 발탁한 데 대해서 대통령한테 굉장히 고마워하고 충성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